남자는 허락이라는 단어를 썼다.
기다리면서도 기다리는걸 허락해달라던 사람이었다.
기다리기 위해선 돌아온다는 약속이 필요했다.
여자는 그래도 좋다는 답을 준적이 한번도 없었다.
약속이 없는 기다림은 고문과 같은 것이다.
그랬던 남자에게 그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 뭘 원하니
- 반짝이는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그러니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건 사지 마.
대신 커다란 창문이 있는 적당한 크기의 방에
혼자 쓸 수 있는 욕실이 따로 있으면 좋겠어.
난 그거면 충분해.
그는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두 눈을 반짝였다.
- 믿을 수가 없어.
이렇게 먼길을 돌아 우리가 다시 여기에 서 있다니
여리던 소녀는 더 이상 울지 않는 여자가 되어 다시 그 앞에 서 있다.
- 먼길은 이제부터 시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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