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December 26, 2014

싱거운 프로포즈

남자는 허락이라는 단어를 썼다. 
기다리면서도 기다리는걸 허락해달라던 사람이었다. 
기다리기 위해선 돌아온다는 약속이 필요했다. 
여자는 그래도 좋다는 답을 준적이 한번도 없었다. 
약속이 없는 기다림은 고문과 같은 것이다.
그랬던 남자에게 그 날이 드디어 온 것이다. 

- 뭘 원하니

- 반짝이는 것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그러니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건 사지 마. 
대신 커다란 창문이 있는 적당한 크기의 방에 
혼자 쓸 수 있는 욕실이 따로 있으면 좋겠어. 
난 그거면 충분해.

그는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두 눈을 반짝였다.

- 믿을 수가 없어. 

이렇게 먼길을 돌아 우리가 다시 여기에 서 있다니 
여리던 소녀는 더 이상 울지 않는 여자가 되어 다시 그 앞에 서 있다.  

- 먼길은 이제부터 시작이지.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