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anuary 27, 2015

그 사람의 국수


언제나 바빴던 엄마지만 우리들이 먹을 밥을 차릴 땐 그게 항상 과했었다. 넘치게 너무 많은 종류의 것들을 하루도 빠짐없이 차려내는 엄마가 오빠는 항상 불만이었고, 집에서는 항상 너무나 배부른 느낌이었기 때문에 힘들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엄마가 정작 당신이 배고파 뭔가를 먹어야 할 때는 마른멸치 두어개와 다시마로 맛을 낸 맛이 없어보이는 국수를 대충 말아 먹곤 하셨었다. 반찬도 없이 허겁지겁 국수를 말아먹던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져온다. 엄마는 그게 맛있다고 했지만 나에게 먹어보라고는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아무 맛이 없는 국수임에 틀림없다.

나는 이층에서 출국을 위해 짐정리를 하던 중이었고 그는 아래층에서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과 그저 '현재를 즐길 뿐인' 평온함이 다시금 충돌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함께 있었지만 언제나 다른 시간에 살고 있었다. 내일을 준비하지 않는 한 사람은 게을러보였고 오늘을 살지 않는 다른 사람은 불쌍해보였다.  이런 저런 대화가 가까운듯 멀찍이서 오가다 지난 아픔들이 불거져나왔고 그렇게 싸움으로 번지고 결국 다시 서로를 몹시 할퀴고나서야 대화는 멈추었다. 그는 이층 구석 어디에선가 울고 있었고. 나는 이 싸움이 이제는 정말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려다 그가 저녁으로 먹으려던,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여진 차갑게 식어버린 국수를 보았다. 다리 힘이 풀리고 그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아 한참을 소리내어 울었다.  그 국수를 보자 모든 것이 내 잘못이 되었다. 내가 너를 더 이해했더라면 나만 더 잘한다면. 이 모든 충돌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데.

모짜렐라 치즈는 두부같이 어차피 맛이 없었으므로 2-3유로 씩이나 나는 가격차이의 의미를 우리는 알 수 없었다. 대충 삶아건진 스파게티면에 수퍼에서 파는 가장 저렴한 가격의 모짜렐라 치즈를 숭덩숭덩 썰어넣고 올리브유를 휘휘뿌린 국수를 그는 참 맛있게도 먹었었다. 나는 그 국수가 그렇게 아팠다. 나는 정말이지 차갑고 냉정했다.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었으니 너도 다른 식의 고통을 느껴봐라 하고는 마음을 닫아버렸었다.  그 어리고 유치했던 나의 못난 행동들이 지금 칼날이 되어 돌아와 나를 아프게 쑤셔댄다. 정말이지 그 국수 생각을 하면 가슴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우리는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국수 한 그릇이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었던 사실, 너가 내게 준 아픔보다 너에 대한 측은함과 연민이 사실은 더욱 크다고 아직 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하지만 이 마음으로도 아직 아물지 않고 남아있는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을 거라는걸 우리는 둘 다 어렴풋이 알았던 것 같다. 아. 이렇게 정말 마지막이 되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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